<카페 안에서의 대화> : 글에 담은 내 이야기(책쓰기 프로젝트 11기)
이 책에는 잠시나마 자신의 삶을 묶어둔 10명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개인이 경험한 사건 혹은 감정을 솔직한 언어로 담아낸 글, 그로부터 생겨난 상상력을 담아낸 글, 한 가지 특성을 집요하게 고민한 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채로운 시선으로 풀어낸 글을 한 곳에 묶었습니다.
<카페 안에서의 대화> P. 6
최근 유튜브에는 일상 콘텐츠가 주력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카페 알바, 디자이너, 의대 재학생 등 다양한 직종과 인물들이 본인들의 일상을 찍어서 올리기 시작했다. 유명한 배우나 크리에이터들도 본인 콘텐츠 이외에 일명 '브이로그'를 찍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일종의 자아표출로 연결되는 이 행위는 나를 보여주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듯 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내 이야기와 나를 보여주는 가장 쉬운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브런치' 같은 플랫폼을 통해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끄적여 나가는 거다.(그렇다고 글을 쓰는게 만만하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맥락 안에서 <카페 안에서의 대화>는 10명의 젋은 아마추어 작가들의 욕심과 그들만의 언어가 가득 표출된 책이다.
책쓰기 프로젝트 11기로 제작된 <카페 안에서의 대화>는 10명의 작가, 10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소설, 에세이, 자서전 등 작가가 직접 택한 글 형식을 보는 맛도 있다. 좋은 글들이 많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울리거나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은 <숨바꼭질>과 <3박2일 나가사키 여행기>였다. <숨바꼭질>은 단편소설, <3박2일 나가사키 여행기>는 나카사키 여행 에세이다. 개인적으로 글쓰기는 본인의 언어가 고스란히 담긴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이 두 작품은 그 매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둘 모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감정과 감성을 준다는 것도 공통적인 포인트다.
..그 날로 다미의 어디인가 수상한 여자의 집으로의 입양 결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행복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그 집을 떠나기 전날 밤, 다미는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카페 안에서의 대화> P.103
<숨바꼭질>은 소미의 친구 '다미'의 이야기와 시선으로 진행된다. 언제나 소미와 함께 다녔던 다미는 어느 날 갑자기 보금자리를 떠나게 된다. 값비싼 퍼코트를 입은 어떤 부자에게 입양되었기 때문이다. 입양을 간 소미는 엄마에게 미움 받지 않도록 부던히 노력한다. 엄마는 사진 찍을 때만 곁에 오고 옷이 더러워지면 화를 내지만 그래도 소미는 노력한다. 엄마가 좋기 때문이다. 동생 유미가 입양되었을 때도 다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아픈 과거를 가진 유미가 살기 위해 온갖 모함을 저질러도 다미는 그저 유미 곁을 맴돌며 친해지려 할 뿐이다. 유미는 그런 다미를 보며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좋은 자매가 된 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위기가 닥친다.
이 뒤부터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다. 뻔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마지막에 첨부된 사진 두 장은 소설이 불러 일으킨 감정을 극대화 한다. 왜 제목이 <숨바꼭질>인지, 비로소 이해되는 훌륭한 마침표였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시선이 가슴 아픈 단편이다.
개인적으로 나와 반대인 무언가에 끌리는 편은 아니다. 새로운 것은 좋아하지만 어느 정도 나의 성향에 맞는 것이 좋다. 이번 여행신은 나에게 뭔가 삐친 것이 확실하다. 자꾸만 나를 반대로 이끈다. 아, 나 반대 싫다고.
<카페 안에서의 대화> p.206
<3박2일 나가사키 여행기>는 작가의 필력이 돋보인다. 무언가를 억지로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저 이렇게 여행했어요. 그땐 그랬었지요...' 느낌의 문체라 운이 없어 빡세게 여행하고 온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덕분에 초반부터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어떤 감성에 절어서 어줍잖은 위로 건네는 에세이 류보다 훨씬 좋다. 제목도 재미있다. 3박4일, 5박6일처럼 보통은 큰 숫자가 뒤에 있지만 작가는 3박2일이라는 제목을 내세워 시선을 끈다. 너무 웃기고 귀엽게도, 글과 제목은 놀랍게도 일치한다.
<3박2일 나가사키 여행기>는 작가가 여행을 시작한 이유부터 나가사키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 하기까지의 과정과 심정을 담았다. 이전의 여행과는 달리 이번 여행은 순탄치 않다. 반대로 가는 택시, 비가 와서 타지 못한 자전거, 갑자기 찾아온 복통 등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여행신이 삐져버린 탓인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작가는 이런 상황이 어이없기도 하지만 금방 다른 방법을 생각해 자신만의 여행을 즐긴다. 시장에 들려 회를 사 바다를 보며 먹는다던가, 비오는 날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비를 맞는다던가. 이렇게 반복되는 이야기는 중간에 삽입된 일러스트를 만나 당시의 상황과 느낌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나름의 공감으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다. 불운과 보통을 오고가는 여행을 하며 고생했을 작가에게는 조금 미안해지는 말이지만, 재미있었다.
앞서 말했지만, 필자가 소개한 건 필자가 꼽은 베스트 두 편이다. 작가들의 개성이 가득 담긴 만큼, 당신만의 베스트는 나머지 8편 중에 있을 지도 모른다. 그 후보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읽다보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 중 본인이 픽(PICK)한 작가의 성장을 기대하게 될지도 모른다.